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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특허

특허 침해 경고장 보낼 때 주의할 점: 확인소송(DJ) 역공 위험과 대응 전략

특허 침해 경고장은 손해배상 기산점을 만들고 상대방의 특허 인지를 기록하는 유용한 수단이지만, 내용이 구체적일수록 상대방이 먼저 비침해·무효 확인소송(DJ Action)을 제기해 소송의 무대와 주도권을 가져갈 위험이 커집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2007년 MedImmune 판결 이후 확인소송의 문턱이 크게 낮아져, 경고장 한 통이 곧바로 역공의 빌미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특허 침해 경고장 보낼 때 주의할 점을 확인소송 성립 기준, 역공을 당했을 때의 불이익, 경고장 유형별 위험, 작성·발송 전략과 사내 체크리스트 순서로 기업 IP 실무자의 시각에서 정리합니다.

특허 침해 경고장, 보내는 쪽도 위험을 집니다

경쟁사 제품에서 자사 특허 침해 정황을 발견하면 사업부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은 "일단 경고장부터 보내자"입니다. 소송보다 비용이 적고, 상대방이 알아서 판매를 중단하거나 라이선스 협상에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경고장을 받는 쪽의 위험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보내는 쪽이 지는 위험은 의외로 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위험의 핵심이 확인소송(Declaratory Judgment Action, DJ Action)입니다. 경고장을 받은 회사가 특허권자의 소송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법원에 "우리는 침해하지 않는다" 또는 "그 특허는 무효다"라는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내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공격하려던 특허권자가 갑자기 피고 자리에 서게 되고, 소송을 어디서 언제 시작할지에 대한 선택권도 상대방에게 넘어갑니다.

저도 한 번은 사업부 요청으로 준비하던 경고장 발송을 몇 주 늦춘 적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미국 내 자신에게 유리한 법원에 확인소송을 먼저 낼 가능성이 높았는데, 우리 쪽은 아직 침해 증거와 무효 방어 자료가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경고장은 '보내면 끝'인 서신이 아니라 소송 전략의 첫 수입니다. 아래에서는 경고장의 효과와 확인소송의 개념, 미국 법원의 판단 기준, 역공을 당했을 때의 불이익, 그리고 경고장을 안전하게 쓰고 보내는 전략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경고장이 특허권자에게 주는 효과

위험을 따지기 전에, 경고장이 왜 필요한지부터 짚어 보겠습니다. 미국에서 경고장은 크게 세 가지 법적 효과를 가집니다.

첫째, 손해배상 기산점입니다. 미국 특허법 제287조는 특허권자가 자사 제품에 특허 번호를 표시하는 특허 표시(Marking)를 하지 않았다면, 침해자에게 실제로 침해 사실을 통지한 이후의 손해만 배상받을 수 있다고 정합니다. 특허 표시를 하지 않았거나 할 제품이 없는 특허권자에게는 경고장이 손해배상의 출발점이 됩니다. 다만 이 통지로 인정받으려면 특정 제품이 특정 특허를 침해한다는 구체적인 주장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둘째, 상대방의 특허 인지를 기록으로 남깁니다. 상대방이 특허를 알고도 계속 판매했다면 고의침해로 손해배상이 최대 3배까지 늘어날 수 있고, 고객사의 침해를 부추긴 유도 침해를 주장하는 데도 인지 사실이 필요합니다.

셋째, 협상의 출발점입니다. 실제 분쟁의 상당수는 판결 전에 라이선스나 크로스 라이선스로 정리되며, 그 협상 테이블을 여는 것이 경고장입니다.

문제는 이 효과들이 커질수록 확인소송 위험도 함께 커진다는 점입니다. 손해배상 기산점으로 인정받을 만큼 구체적인 경고장은, 동시에 상대방이 "분쟁이 현실화되었다"고 주장할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경고장 전략의 본질은 이 효과와 위험 사이의 균형을 잡는 데 있습니다.

확인소송(DJ Action)이란 무엇인가

확인소송은 미국 연방 확인판결법(28 U.S.C. § 2201)에 근거한 소송으로, 당사자 사이의 권리관계를 법원이 확인해 달라고 구하는 절차입니다. 특허 분야에서는 침해 혐의를 받는 쪽이 비침해 확인, 무효 확인, 또는 집행 불능 확인을 구하는 형태로 제기됩니다. 한국으로 치면 침해 혐의자가 먼저 청구하는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이나 채무부존재확인소송과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다만 아무 때나 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헌법은 연방법원이 실제 분쟁(Actual Controversy)이 있는 사건만 다루도록 정하고 있어, 단지 특허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는 확인소송을 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확인소송을 낼 수 있느냐는 결국 특허권자가 어떤 행동을 했느냐에 달려 있고, 그 행동의 대표적인 예가 경고장입니다.

확인소송이 제기되면 사건의 구도는 일반 침해 소송과 거의 같아집니다. 특허권자는 대개 반소로 침해를 주장하게 되고, 청구항 해석, 증거개시, 무효 공방이 똑같이 진행됩니다. 달라지는 것은 누가 먼저 움직였느냐입니다. 법원은 같은 분쟁에 대해 먼저 제기된 소송을 우선하는 원칙을 기본으로 삼기 때문에, 먼저 소장을 낸 쪽이 법원 선택과 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법원이 재량으로 확인소송을 각하하거나 다른 법원으로 넘기는 경우도 있지만, 이를 기대하고 전략을 세우기는 어렵습니다.

MedImmune 판결 이후 확인소송의 문턱

2007년 이전에는 연방순회항소법원이 상대방이 곧 소송을 당할 것이라는 합리적 우려를 가졌는지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소송할 생각은 없다"는 문구만 넣어도 확인소송을 막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2007년 연방대법원 MedImmune v. Genentech 판결은 이 기준을 폐기하고, 모든 사정을 종합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분쟁이 있는지를 보도록 했습니다. 같은 해 연방순회항소법원의 SanDisk 판결은, 특허권자가 상대방의 특정 활동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고 상대방이 그럴 권리가 없다고 다투면 소송 의사를 부인하더라도 확인소송이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경고장의 내용 확인소송 위험 이유
특허 목록만 알리고
협의를 제안
낮음 특정 제품에 대한
권리 주장이 없음
특정 제품과 특허를 연결하고
답변 기한 제시
높음 위협 문구가 없어도
분쟁 현실화로 볼 수 있음
청구항 대비표 첨부,
실시료 요구
매우 높음 구체적 침해 주장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큼
판매 중단 요구,
소송 예고
매우 높음 분쟁이 명백함

2009년 Hewlett-Packard v. Acceleron 판결에서는 특정 제품과 특허를 짚고 정해진 기간 안에 답하라고 요청한 서신만으로도 확인소송이 인정되었습니다. 결국 "소송할 생각은 없다"는 문구로 확인소송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확인소송을 당했을 때 특허권자가 잃는 것

확인소송을 당하면 가장 먼저 잃는 것은 법원 선택권입니다. 특허권자가 직접 소송을 낸다면 특허 사건 경험이 많은 법원이나 일정이 빠른 법원을 고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먼저 확인소송을 내면, 상대방 본사가 있는 지역이나 특허권자에게 불리한 법원에서 사건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먼저 제기된 소송을 우선하는 원칙 때문에 나중에 특허권자가 다른 법원에 침해 소송을 내도 사건이 확인소송 법원으로 모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기업이 특허권자라면 따져 볼 점이 더 있습니다. 확인소송의 피고가 된 특허권자에게 그 법원의 관할권이 있는지는 별도로 다투어지는데, 1998년 Red Wing Shoe 판결은 경고장을 보낸 사실만으로는 그 지역 법원의 관할이 생기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2021년 Trimble 판결은 짧은 기간에 수십 차례 서신과 연락을 주고받았다면 관할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경고장 이후의 후속 연락 횟수와 방식도 관할 판단 요소가 된다는 뜻입니다. 또한 미국 내 송달 대리인을 지정하지 않은 외국 특허권자는 미국 특허법 제293조에 따라 버지니아 동부 연방지방법원에서 소송을 당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잃는 것은 시간입니다. 특허권자가 침해 증거, 손해배상 자료, 무효 방어 논리를 정리하기 전에 소송이 시작되면 준비가 덜 된 상태로 증거개시 일정에 끌려가게 됩니다. 한편 상대방도 계산을 합니다. 무효 확인소송을 먼저 내면 같은 특허에 대한 특허심판원 무효심판(IPR) 청구가 막히기 때문에, 상대방이 확인소송 대신 IPR을 먼저 선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경고장을 보내는 순간 상대방의 시계도 함께 돌아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확인소송 위험을 줄이는 경고장 전략

경고장 전략에 정답은 없지만, 목표에 따라 선택지를 나누면 판단이 쉬워집니다. 제가 사내에서 쓰는 기본 틀은 다음과 같습니다.

접근 방식 적합한 목표 유의점
포트폴리오 소개형
협의 제안
관계 유지,
장기 라이선스 협상
손해배상 기산점으로
인정받기 어려움
분쟁 유예 합의 후 협상 구체적 협상을 하되
선제 소송을 막고 싶을 때
유예 기간과 종료 후
절차를 명확히 규정
소장 제출 후 협상 모방 제품의 빠른 퇴출,
법원 선택권 확보
소 제기 전 충분한
침해·무효 검토 필수

분쟁 유예 합의(Standstill Agreement)는 일정 기간 서로 소송을 내지 않기로 약속하고 그 사이에 청구항 대비표까지 놓고 협상하는 방식입니다. 확인소송 걱정 없이 구체적인 협상을 할 수 있어 실무에서 자주 씁니다. 협상 과정에서 오간 자료는 미국 증거규칙상 책임 입증에 쓰기 어렵지만, 그 자체로 확인소송을 막아 주지는 않으므로 반드시 별도 합의가 필요합니다.

경고장 문구도 신중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고객사에 무분별하게 경고장을 보내거나 근거가 부족한 침해 주장을 하면, 여러 주에서 시행 중인 악의적 특허 주장 규제법이나 영업 방해를 이유로 오히려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수 있습니다. 경고장은 반드시 미국 소송 변호사의 검토를 거쳐, 소송 기록에 그대로 남는다는 전제로 작성하시기 바랍니다.

경고장 발송 전 사내 체크리스트

제가 경고장 발송 요청을 받으면 다음 다섯 가지가 준비되기 전에는 발송하지 않습니다. 경고장은 확인소송을 당해도 괜찮을 만큼 준비된 상태에서 보내야 한다는 원칙 때문입니다.

첫째, 침해 증거입니다. 상대방 제품을 확보해 청구항의 구성요소마다 대응 근거를 적은 청구항 대비표를 완성해 둡니다. 둘째, 우리 특허의 무효 위험 검토입니다. 상대방이 확인소송이나 무효심판으로 공격해 올 것을 전제로, 주요 선행기술과 방어 논리를 미리 정리하고 주력 청구항을 정합니다. 셋째, 권리 상태입니다. 권리 귀속과 양도 등록, 유지료 납부, 특허 표시 여부, 터미널 디스클레이머로 묶인 특허의 공동 소유 요건을 확인합니다.

넷째, 법원과 일정에 대한 계획입니다. 확인소송이 들어올 경우 예상되는 법원과, 우리가 먼저 소송을 낼 경우 선호하는 법원을 미리 정해 두고, 필요하면 소장을 준비해 둔 상태에서 경고장을 보냅니다. 다섯째, 예산과 의사결정 라인입니다. 확인소송이 제기되면 몇 주 안에 대응 방향을 정해야 하므로, 소송 비용 예산과 최종 결정권자를 미리 확보해 둡니다.

이 다섯 가지가 준비되지 않았다면, 경고장 대신 포트폴리오 소개형 협의 제안으로 시작하거나 증거 확보에 시간을 더 쓰는 편이 낫습니다. 경고장 발송 후 상대방과의 연락은 IP팀과 외부 변호사로 창구를 일원화해, 실무자 개인의 발언이나 잦은 연락이 관할과 분쟁 판단의 빌미가 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특허 침해 경고장 발송 시 주의점 핵심 정리

특허 침해 경고장은 손해배상 기산점, 상대방의 특허 인지 기록, 협상의 출발점이라는 효과를 갖지만, 내용이 구체적일수록 상대방이 먼저 비침해·무효 확인소송(DJ Action)을 제기할 위험이 커집니다. 2007년 MedImmune 판결 이후 미국 법원은 모든 사정을 종합해 실제 분쟁 여부를 판단하므로, 특정 제품과 특허를 연결해 답변을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확인소송이 가능해질 수 있고 "소송할 의사가 없다"는 문구는 방패가 되지 못합니다.

확인소송을 당하면 특허권자는 법원 선택권과 준비 시간을 잃고, 외국 특허권자는 버지니아 동부 연방지방법원에서 소송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목표가 관계 유지라면 포트폴리오 소개형 협의 제안을, 구체적 협상이 필요하다면 분쟁 유예 합의를, 빠른 시장 정리가 목표라면 소장 제출 후 협상을 검토하는 것이 기본 틀입니다.

경고장은 보내는 순간 상대방의 시계도 함께 움직이는 소송 전략의 첫 수입니다. 경쟁사에 경고장을 보낼 계획이 있다면, 발송 전에 침해 증거와 우리 특허의 무효 위험, 확인소송이 들어왔을 때의 대응 계획부터 정리해 두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