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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특허

미국 정부가 내 특허를 쓴다면? 28 U.S.C. §1498 정부 사용과 보상 청구

미국 정부나 정부를 위해 일하는 조달 계약자가 허락 없이 내 특허를 사용하더라도, 특허권자는 일반 침해 소송처럼 금지명령을 받을 수 없고 28 U.S.C. §1498에 따라 연방청구법원에서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합리적이고 완전한 보상'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는 방산·조선·의료 분야에서 미국 정부 조달에 참여하는 한국 기업에도 특허권자와 공급자 양쪽 입장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 글에서는 미국 정부 사용과 보상 청구 제도의 요건, 보상 범위와 절차, 조달 계약자의 방어 수단, 기업 실무 전략까지 IP 담당자의 시각에서 정리합니다.

미국 정부가 특허를 쓰면 무엇이 달라질까

특허권자는 침해자에게 생산과 판매를 멈추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배웁니다. 그런데 그 침해자가 미국 정부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국방부가 우리 특허 기술이 들어간 장비를 납품받아 쓰고 있다거나, 정부 기관이 의뢰한 프로젝트에서 계약업체가 우리 특허 방법을 쓰고 있다면, 특허권자는 정부를 상대로 사용을 막을 수 없습니다. 대신 미국 법은 정부에 보상을 청구할 권리를 줍니다.

그 근거가 미국 연방법전 제28편 제1498조, 흔히 28 U.S.C. §1498이라고 부르는 조항입니다. 이 조항은 정부가 국방, 공공 인프라, 보건 같은 필수 사업을 특허 분쟁 때문에 멈추지 않도록 하면서, 특허권자에게는 금전적 보상을 보장하는 구조를 만듭니다. 사실상 정부가 필요한 특허를 사용할 수 있는 대신 정당한 값을 치르도록 하는 장치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한국 기업에게 이 조항은 두 방향으로 다가옵니다. 하나는 우리 회사가 미국 특허를 가지고 있는데 미국 정부나 그 계약업체가 그 기술을 쓰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회사가 미국 정부 조달에 참여하는 공급업체로서 제3자로부터 특허 침해 주장을 받는 경우입니다. 최근 방산과 조선 분야에서 한미 협력이 늘어나면서 두 경우 모두 실무에서 마주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아래에서 제도의 구조, 적용 요건, 보상 범위, 청구 절차, 계약자 입장의 대응, 실무 전략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28 U.S.C. §1498의 구조와 일반 침해 소송과의 차이

§1498(a)는 미국 특허로 보호되는 발명이 미국 정부에 의해 또는 정부를 위해 특허권자의 허락 없이 사용되거나 제조된 경우, 특허권자는 연방청구법원(Court of Federal Claims)에서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합리적이고 완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정합니다. 연방청구법원은 정부를 상대로 한 금전 청구를 전담하는 연방법원으로, 일반 특허 침해 사건을 다루는 연방지방법원과는 다른 법원입니다.

구분 일반 특허 침해 소송 §1498 정부 사용 청구
법원과 피고 연방지방법원,
침해자
연방청구법원,
미국 정부
금지명령 요건 충족 시 가능 불가
배심 재판 손해배상 청구 시 가능 없음(판사가 판단)
고의침해 증액배상 최대 3배까지 가능 없음
구제의 성격 손해배상 사용에 대한 보상
(지연 보상 포함)

미국 법원은 이 청구를 일반 불법행위 손해배상보다 정부의 재산 수용에 대한 보상에 가까운 성격으로 봅니다. 정부가 특허라는 재산을 강제로 사용하는 대신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한국 특허법에도 국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정당한 보상금을 지급하고 특허발명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있어, 취지 면에서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미국은 정부가 먼저 쓰고 특허권자가 나중에 보상을 청구하는 사후 구조라는 점이 다릅니다.

§1498이 적용되는 요건

§1498이 적용되려면 몇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첫째, 특허 발명이 정부에 의해 또는 정부를 위해 사용되거나 제조되어야 합니다. 정부 기관이 직접 쓰는 경우뿐 아니라, 정부와 계약한 업체나 그 하도급 업체가 정부를 위해 쓰는 경우도 포함됩니다. 단순히 정부에 물건을 파는 민간 기업의 일반 판매 행위가 아니라, 그 사용이 정부의 목적과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둘째, 계약자가 사용한 경우에는 정부의 허락 또는 동의(Authorization or Consent)가 있어야 합니다. 정부 조달 계약에는 연방조달규정(FAR)에 따른 허락·동의 조항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조항이 있으면 계약 이행 과정에서 특허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정부가 동의한 것으로 봅니다. 명시적 조항이 없더라도 정부가 특정 사양을 요구해 그 특허를 쓸 수밖에 없었다면 묵시적 동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셋째, 적용 범위에 예외가 있습니다. 외국에서 발생한 청구에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연방 정부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나온 발명은 이른바 베이-돌 법(Bayh-Dole Act)에 따라 정부가 무상 실시권을 가지므로, 그 범위의 정부 사용에 대해서는 보상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정부 소속 공무원이 직무 중 만든 발명에도 제한이 있습니다. 그래서 보상 청구를 검토할 때는 우리 특허가 정부 연구비와 관련이 있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합리적이고 완전한 보상의 범위

§1498이 보장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완전한 보상(Reasonable and Entire Compensation)입니다. 실무에서는 대부분 합리적 실시료 방식으로 산정합니다. 합리적 실시료란 정부 사용이 시작되기 직전에 특허권자와 정부가 자발적으로 라이선스를 협상했다면 합의했을 실시료를 가정해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기존 라이선스 계약의 요율, 특허 기술이 제품 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 대체 기술의 존재 등이 고려 요소입니다.

특허권자가 직접 정부에 납품할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잃었다는 일실이익을 주장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인정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대신 보상금 지급이 늦어진 데 대한 지연 보상, 즉 이자 성격의 금액은 보상의 일부로 인정됩니다. 사용 시점과 판결 시점 사이가 몇 년씩 벌어지는 경우가 많아 이 금액이 상당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일반 침해 소송에서 받을 수 있는 것 가운데 받을 수 없는 것도 분명합니다. 정부의 사용을 멈추는 금지명령, 고의침해에 따른 증액배상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변호사 비용은 원칙적으로 각자 부담이지만, 개인 발명자, 비영리기관, 종업원 500명 이하의 소기업이 특허권자이고 정부의 입장이 실질적으로 정당하지 않았다면 합리적인 변호사 비용과 전문가 비용까지 받을 수 있는 특례가 있습니다.

기간 제한도 기억해야 합니다. 보상 청구는 원칙적으로 소 제기 전 6년 이내의 사용에 대해서만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소송 전에 해당 정부 기관에 행정 청구를 제기해 두면, 그 청구가 진행되는 동안 일정 범위에서 기간 진행이 멈춥니다.

보상 청구 절차와 실무상 어려움

보상 청구는 대체로 행정 청구와 소송의 두 단계로 진행됩니다.

단계 주요 내용 실무 포인트
1. 사용 사실 파악 조달 공고, 계약 정보,
납품 제품 분석
보안 사업은 정보 접근이
제한될 수 있음
2. 행정 청구 사용 기관에 특허와
사용 내역을 적어 보상 요청
협상으로 해결되기도 하며
기간 진행을 멈추는 효과
3. 연방청구법원 소송 청구항 해석, 침해·유효성,
보상액 판단
정부는 무효 항변을
폭넓게 제기
4. 항소 연방순회항소법원에
불복
전체 기간이
수년에 이를 수 있음

가장 큰 어려움은 증거 확보입니다. 방산 장비나 정보 시스템처럼 보안 등급이 붙은 사업이라면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쓰는지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소송에서도 보안 자료는 보안 인가를 받은 변호사만 열람하도록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정부는 일반 피고처럼 특허 무효와 비침해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므로, 특허의 유효성이 탄탄하지 않으면 보상까지 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행정 청구 단계에서 사용 내역과 청구항 대비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협상으로 합리적인 실시료를 끌어내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달 계약자 입장에서 본 §1498

이번에는 반대 입장입니다. 우리 회사가 미국 정부에 장비나 부품을 공급하는 계약자인데, 제3자가 "그 제품이 우리 특허를 침해한다"며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때 §1498은 계약자에게 강력한 방어 수단이 됩니다. 해당 사용이 정부를 위한 것이고 정부의 허락·동의가 있었다면, 특허권자의 구제 수단은 정부를 상대로 한 연방청구법원 소송뿐이므로 계약자에 대한 침해 소송은 그 범위에서 성립하지 않습니다. 금지명령으로 납품이 중단될 위험도 피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방어가 끝은 아닙니다. 조달 계약에는 허락·동의 조항과 함께 특허 면책(Patent Indemnity) 조항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가 특허권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한 뒤, 그 부담을 계약자에게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항입니다. 상용 제품을 납품하는 계약에서 특히 이런 조항이 자주 들어갑니다. 결국 소송은 피해도 비용은 계약자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미국 조달에 참여하는 한국 기업이라면 계약 단계에서 어떤 FAR 조항이 들어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허락·동의 조항이 있는지, 특허 면책 조항이 있는지, 하도급 계약에도 같은 조항이 내려왔는지가 핵심입니다. 미국 원청업체의 하도급업체로 참여하는 경우에는 원청과의 계약에 이 조항들이 어떻게 반영되었는지까지 살펴봐야 합니다. 제품 사양을 정부가 지정했다면 그 사실을 기록해 두는 것도 묵시적 동의를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기업 IP 담당자의 §1498 대응 전략

특허권자 입장이라면 먼저 정부 조달 시장을 모니터링하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미국 정부 조달 공고와 계약 정보는 상당 부분 공개되어 있으므로, 우리 특허 기술과 관련된 품목의 조달 동향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면 사용 사실을 일찍 파악할 수 있습니다. 사용 정황이 보이면 해당 기관과 계약업체에 특허 존재를 알리고, 계약업체와 직접 라이선스를 맺는 방안도 검토합니다. 정부 사업에 납품하는 계약업체로부터 실시료를 받는 구조는 행정 청구보다 빠르고 관계도 덜 경직됩니다.

보상 청구를 검토할 때는 우리 특허가 미국 정부 연구비와 관련이 있었는지, 6년 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특허의 유효성이 무효 공격을 견딜 만한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소기업이라면 변호사 비용 특례 가능성도 따져 봅니다.

공급자 입장이라면 계약서의 특허 관련 조항을 사전에 검토하고, 제3자 특허 위험이 큰 품목은 납품 전에 침해 검토를 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정부가 사양을 지정한 내역과 조달 담당자와의 협의 기록은 허락·동의를 입증하는 자료이므로 체계적으로 보관합니다.

마지막으로, §1498은 최근 미국에서 의약품 가격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활용하자는 정책 논의가 나올 만큼 주목받는 조항이기도 합니다. 의약·바이오 분야 기업이라면 이런 정책 논의가 특허 가치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도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정부 사용과 보상 청구 핵심 정리

28 U.S.C. §1498에 따라 미국 정부나 정부의 허락·동의를 받은 계약자가 특허를 사용한 경우, 특허권자는 연방청구법원에서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합리적이고 완전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을 뿐, 금지명령이나 고의침해 증액배상은 받을 수 없습니다. 보상은 주로 합리적 실시료와 지연 보상으로 이루어지며, 원칙적으로 6년 이내의 사용이 대상이고, 소기업 등은 일정 요건에서 변호사 비용도 받을 수 있습니다. 외국에서 발생한 청구나 연방 연구비 지원 발명의 정부 사용에는 적용이 제한됩니다.

조달 계약자에게 §1498은 납품 중단을 막는 방어 수단이지만, 특허 면책 조항이 있으면 최종 비용 부담이 돌아올 수 있습니다. 특허권자는 조달 시장 모니터링과 행정 청구, 계약업체와의 라이선스를, 공급자는 FAR 조항 검토와 사양 지정 기록 보관을 핵심 대응으로 삼아야 합니다.

미국 정부와의 거래가 늘어날수록 이 조항을 마주칠 가능성도 커집니다. 미국 조달에 참여하거나 관련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면, 지금 맺고 있는 계약서의 특허 조항과 보유 특허의 정부 연구비 관련 여부부터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