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허 보정은 출원 당시 명세서, 청구항, 도면에 담긴 범위 안에서만 할 수 있으며, 그 범위를 벗어난 내용을 더하면 신규사항(New Matter) 추가로 거절되거나 등록 후 무효의 빌미가 됩니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원래 있던 내용'이고 어디부터가 '새 내용'인지 경계가 생각보다 미묘하다는 점입니다. 이 글에서는 미국 특허 보정 시 신규사항 추가 금지 원칙의 근거와 판단 기준, 수치 범위·부정적 한정·실시예 조합 같은 까다로운 사례, 오기와 번역 오류 정정, 지적을 받았을 때의 대응과 출원 단계의 대비책까지 기업 IP 실무자의 시각에서 정리합니다.
미국 특허 보정, 어디까지 고칠 수 있을까
미국 거절이유통지에 대응하다 보면 사업부나 연구소에서 이런 요청이 자주 들어옵니다. "인용문헌과 구별되게 온도 범위를 120~150도로 좁혀 주세요", "실험해 보니 이 구성은 빼는 게 맞으니 '포함하지 않는다'고 넣어 주세요", "명세서에 이 설명을 한 줄 추가하면 심사관이 이해할 것 같습니다." 모두 합리적인 요청처럼 보이지만, 미국에서는 하나하나가 신규사항(New Matter)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신규사항 금지 원칙은 간단히 말해 출원한 뒤에는 발명의 내용을 늘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출원일은 '그날 발명자가 이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기준점인데, 나중에 새 내용을 넣으면서 그 날짜의 이익까지 가져가면 먼저 출원한 사람이 권리를 갖는다는 원칙이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한국 특허법도 최초 명세서에 기재된 범위 안에서만 보정을 허용하므로 원칙 자체는 같습니다.
문제는 경계입니다. 명세서에 정확히 같은 문장이 없어도 허용되는 보정이 있고, 비슷해 보이는데 허용되지 않는 보정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 판단이 판례로 상당히 구체화되어 있고, 잘못 판단하면 심사 단계의 거절에 그치지 않고 등록 후 소송에서 청구항이 무효가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판단 기준부터 구체적인 유형, 정정이 허용되는 경우, 지적 대응, 출원 단계의 대비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신규사항 금지의 법적 근거와 판단 기준
미국 특허법 제132조(a)는 어떤 보정도 발명의 개시 내용에 신규사항을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정합니다. 신규사항이 명세서나 도면에 들어가면 심사관은 이를 지적하며 삭제를 요구하고, 청구항에 들어가면 명세서가 그 청구항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미국 특허법 제112조(a)의 서면기재 요건 위반으로 거절합니다. 서면기재 요건이란 명세서가 출원 당시 발명자가 청구된 발명을 실제로 갖고 있었음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요건입니다.
판단 기준은 출원 당시의 개시 내용이 통상의 기술자에게 그 보정 내용을 합리적으로 전달하고 있었는가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명세서에 똑같은 문장이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명시적으로 적혀 있지 않더라도 통상의 기술자가 명세서에서 당연히 읽어 낼 수 있는 내용, 그리고 개시된 구성에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성질은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출원 당시의 개시 내용'에는 상세한 설명뿐 아니라 최초 청구항과 도면도 포함됩니다. 출원일에 함께 제출한 예비 보정 역시 원래 개시의 일부로 봅니다.
반대로 통상의 기술자에게 자명하다는 이유만으로는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이 정도 변형은 업계에서 당연히 생각할 수 있다"는 주장은 진보성 판단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신규사항 판단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기준은 '생각할 수 있었는가'가 아니라 '명세서에 담겨 있었는가'이기 때문입니다.
허용되는 보정과 허용되지 않는 보정
실무에서 자주 마주치는 보정 유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같은 유형이라도 명세서의 기재 방식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표는 일반적인 경향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 보정 유형 | 일반적 경향 | 판단 포인트 |
|---|---|---|
| 종속항 내용을 독립항에 결합 |
허용 | 최초 청구항 자체가 근거가 됨 |
| 실시예의 구성을 청구항에 추가 |
대체로 허용 | 함께 기재된 다른 구성과 떼어 낼 수 있는지 |
| 수치 범위를 좁히는 보정 |
경우에 따라 다름 | 새 끝값이 명세서에 근거가 있는지 |
| 특정 구성을 제외하는 부정적 한정 |
경우에 따라 다름 | 제외할 근거나 대안이 기재되어 있는지 |
| 구체적 실시예를 상위개념으로 확장 |
대체로 불허 | 상위개념이 원래부터 설명되어 있었는지 |
| 새로운 실험 데이터· 효과 설명 추가 |
명세서에는 불허 | 의견서나 선언서로 별도 제출 |
마지막 항목은 실무에서 특히 자주 오해합니다. 출원 후에 얻은 실험 결과로 진보성을 주장하고 싶다면 그 데이터를 명세서에 넣는 것이 아니라, 발명자나 전문가가 서명한 선언서로 제출해야 합니다. 선언서는 심사 기록에 남는 증거일 뿐 개시 내용을 바꾸지 않으므로 신규사항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까다로운 유형 ①: 수치 범위와 부정적 한정
수치 범위 좁히기
인용문헌을 피하려고 수치 범위를 좁히는 보정은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판단이 까다로운 유형입니다. 핵심은 새로 정한 끝값에 명세서상 근거가 있는가입니다. 예를 들어 명세서에 "100~200도, 바람직하게는 120~180도"라고 적혀 있다면 120~180도나 120~200도로 좁히는 보정은 근거가 있습니다. 실시예에 130도와 150도의 결과가 있다면 이 값들도 끝값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명세서 어디에도 없는 135도를 끝값으로 삼으면, 통상의 기술자가 그 범위를 원래 개시에서 읽어 낼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관세특허항소법원의 1976년 Wertheim 판결 이후 이 같은 판단 방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부정적 한정
'A를 포함하지 않는다'처럼 특정 구성을 빼는 부정적 한정(Negative Limitation)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이런 보정도 명세서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보며, 명세서가 그 구성을 제외할 이유를 설명하거나 그 구성 대신 쓸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면 근거로 인정하는 경향입니다. 명세서에 아무 언급이 없는 구성을 단지 인용문헌을 피하려고 제외하는 보정은 거절될 위험이 높습니다.
까다로운 유형 ②: 실시예 조합과 상위개념화
명세서에 실시예가 여러 개 있을 때, 서로 다른 실시예에서 구성을 하나씩 골라 새로운 조합을 청구하는 보정이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이를 '골라 담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각 구성이 명세서 어딘가에 있으니 문제없어 보이지만, 명세서가 그 조합 자체를 설명하지 않았다면 신규사항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여러 선택지 목록에서 하나씩 골라 조합하는 경우, 목록이 길고 조합의 단계가 많을수록 위험이 커집니다. 명세서가 "위 실시예들의 구성은 서로 조합될 수 있다"고 일반적으로 적어 두었더라도, 특정 조합이 발명의 일부라는 점이 드러나지 않으면 근거로 부족하다는 판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 방향의 문제도 있습니다. 명세서에는 '코일 스프링'만 적혀 있는데 청구항을 '탄성 부재'로 바꾸는 것처럼, 구체적인 실시예를 상위개념으로 넓히는 보정입니다. 출원 당시 발명자가 탄성 부재 일반을 발명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근거가 없다면, 이는 개시 범위를 넘어선 확장으로 봅니다. 한국 실무에서는 비교적 너그럽게 받아들여지는 표현 정리가 미국에서는 거절 사유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하나는 실시예에서 여러 구성이 함께 작동하도록 설명되어 있는데 그중 하나만 떼어 청구항에 넣는 경우입니다. 그 구성이 다른 구성과 결합되어야만 의미가 있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면, 단독으로 떼어 낸 보정은 원래 개시와 다른 발명을 만드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시예에서 구성을 가져올 때는 함께 기재된 다른 구성 없이도 그 구성이 의미를 갖는다는 점이 명세서에 드러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허용되는 정정: 명백한 오기와 번역 오류
모든 수정이 금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명세서의 명백한 오기는 정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통상의 기술자가 보기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과 올바른 내용이 무엇인지가 모두 명백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부품을 문단마다 다른 참조부호로 부르는데 도면을 보면 어느 쪽이 맞는지 분명한 경우, 단위가 문맥상 명백히 잘못 적힌 경우는 정정이 가능합니다. 반면 오류는 분명하지만 올바른 값이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면 정정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한국 기업에게 특히 중요한 것은 번역 오류 정정입니다. 한국어 출원을 기초로 한 PCT 국제출원이 미국 국내단계에 진입하거나, 외국어로 출원한 뒤 번역문을 제출한 경우에는 원래 한국어 원문이 개시 내용의 기준이 됩니다. 그래서 번역문이 원문과 다르게 옮겨졌다면, 원문에 맞게 번역을 바로잡는 보정은 신규사항이 아닙니다. 번역 단계에서 누락된 문장이나 잘못 옮긴 수치를 원문을 근거로 회복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한국 출원을 우선권 기초로만 삼고 미국에는 영어 명세서로 새로 출원했다면, 기준은 미국에 제출한 영어 명세서이므로 이 방법을 쓸 수 없습니다.
명세서에서 다른 문헌을 참조로 포함해 두었다면, 그 문헌의 내용을 명세서에 옮겨 적는 보정이 허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발명의 핵심 내용은 미국 특허나 공개 출원을 참조한 경우에만 이 방식이 인정되므로, 학술 논문이나 외국 문헌만 참조해 두었다면 한계가 있습니다.
신규사항 지적을 받았을 때의 대응
신규사항 문제를 지적받았다면 먼저 지적의 형태를 구분합니다.
| 상황 | 통지 형태 | 대응 방향 |
|---|---|---|
| 청구항 보정에 근거가 없다는 판단 |
서면기재 요건 위반 거절 |
근거 단락을 구체적으로 제시, 어렵다면 문언 수정 |
| 명세서·도면에 새 내용이 추가됨 |
신규사항 지적과 삭제 요구 |
추가 내용 삭제, 오기 정정이면 근거 설명 |
| 새 내용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 |
해당 출원에서는 해결 불가 |
일부계속출원 또는 새 출원 검토 |
반박할 때는 "명세서 전체 취지상 뒷받침된다"는 식의 막연한 주장보다, 명세서의 단락 번호, 도면 번호, 최초 청구항 번호를 하나하나 짚어 보정 내용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 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명시적 문장이 없다면 통상의 기술자가 그 내용을 필연적으로 읽어 낼 수밖에 없는 이유를 기술적으로 설명합니다.
정말로 새 내용이 필요하다면 기존 출원에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모출원이 살아 있는 동안 새 내용을 더해 내는 일부계속출원(CIP)을 검토할 수 있지만, 추가된 내용은 그 출원일을 기준으로 판단되므로 그사이 공개된 선행기술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 특허의 존속기간은 가장 앞선 미국 출원일부터 계산되어, 새 내용은 실질적인 보호 기간이 짧아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출원 단계에서 미리 해 두어야 할 대비
신규사항 문제는 거절을 받은 뒤에는 해결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결국 명세서를 쓸 때 나중의 보정 여지를 미리 심어 두는 것이 유일한 대비책입니다. 제가 미국 출원 명세서를 검토할 때 확인하는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수치 범위는 넓은 범위 하나만 적지 말고 단계적으로 좁아지는 여러 범위와 구체적인 값을 함께 적습니다. 나중에 어느 지점에서 범위를 좁히든 끝값의 근거가 남습니다. 둘째, 주요 구성마다 대안과 변형을 열거해 두고, 특정 구성을 쓰지 않는 실시예나 그 구성의 단점도 설명해 둡니다. 부정적 한정이나 상위개념 청구의 근거가 됩니다. 셋째, 사업적으로 중요한 구성 조합은 실시예로 명시해 둡니다. 나중에 실시예를 조합할 때의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넷째, 한국 출원을 우선권 기초로 미국에 출원할 때는 번역 과정에서 문장이 누락되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보강은 미국 출원일에 함께 반영합니다. 출원일에 제출한 내용은 원래 개시의 일부가 되지만, 하루라도 지나면 신규사항이 됩니다. 다섯째, 청구항에 쓸 가능성이 있는 핵심 용어는 명세서에서 정의해 둡니다. 참고로 2026년 7월 20일부터 미국 밖에 주소를 둔 출원인은 보정서와 의견서 등 대부분의 서류를 USPTO 등록 대리인의 서명을 받아 제출해야 하므로, 보정 전략도 미국 대리인과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미국 특허 보정과 신규사항 핵심 정리
미국 특허법 제132조(a)는 보정으로 신규사항을 도입하는 것을 금지하며, 청구항 보정에 근거가 없으면 제112조(a)의 서면기재 요건 위반으로 거절됩니다. 판단 기준은 출원 당시의 상세한 설명, 최초 청구항, 도면이 그 내용을 통상의 기술자에게 합리적으로 전달하고 있었는지이며, 단순히 자명하다는 것만으로는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종속항 결합이나 실시예 구성 추가는 대체로 허용되지만, 근거 없는 끝값으로 수치 범위를 좁히는 보정, 이유 없는 부정적 한정, 실시예의 임의 조합, 구체적 실시예의 상위개념화는 신규사항으로 판단될 위험이 큽니다. 명백한 오기와 원문에 근거한 번역 오류는 정정할 수 있으며, 새 내용이 꼭 필요하다면 일부계속출원이나 새 출원을 검토해야 합니다.
보정의 자유는 출원할 때 정해집니다. 미국 출원을 준비 중인 명세서가 있다면 수치 범위의 단계, 구성별 대안, 핵심 조합의 실시예가 충분히 적혀 있는지부터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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