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허법 제112조(35 U.S.C. § 112)는 명세서가 발명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는지, 청구항이 권리 범위를 명확하게 정하고 있는지를 따지는 조항으로, 선행기술 없이도 거절과 무효의 근거가 됩니다. 특히 한국 명세서를 번역해 출원할 때 '상기', '소정의', '~부' 같은 표현이 112조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미국 특허법 제112조의 항별 구조와 서면기재·실시가능 요건, 명확성, 기능식 청구항, 종속항 형식, 그리고 거절 대응과 명세서 작성 전략까지 기업 IP 실무자의 시각에서 정리합니다.
미국 특허법 제112조, 명세서와 청구항의 품질을 묻는 조항
미국 거절이유통지를 받아 보면 선행기술과 아무 관계없는 거절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구항 3의 '상기 신호'는 선행 근거가 없어 불명확하다", "명세서는 청구항 1의 전체 범위를 뒷받침하지 못한다" 같은 지적입니다. 이런 거절의 근거가 바로 미국 특허법 제112조입니다.
101조가 특허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인지를, 102조와 103조가 발명이 새롭고 쉽게 생각해 낼 수 없는지를 묻는다면, 112조는 출원 서류 자체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묻습니다. 명세서는 통상의 기술자가 발명을 이해하고 실시할 수 있게 써져 있어야 하고, 청구항은 어디까지가 권리인지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합니다. 이 두 가지가 무너지면 발명이 아무리 뛰어나도 특허를 받지 못하거나, 등록 후 소송에서 무효가 됩니다.
제가 한국 출원을 기초로 미국 출원을 검토할 때 가장 시간을 많이 쓰는 부분도 112조입니다. 한국에서는 문제없던 표현이 번역을 거치면서 불명확해지거나, 한국식 '~부' 표현이 미국에서는 기능식 청구항으로 해석되어 권리 범위가 좁아지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아래에서는 112조의 구조부터 항별 요건, 대표 판례, 거절 대응과 출원 단계의 대비책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112조의 항별 구조와 실무 쟁점
현행 112조는 (a)부터 (f)까지 여섯 개 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2013년 미국 개정 특허법(AIA) 시행 전에는 '제1단락', '제2단락'처럼 단락 번호로 불렀기 때문에, 오래된 판결문에서는 '112조 제6단락'이 지금의 112(f)를 가리킨다는 점도 알아 두면 좋습니다.
| 조항 | 내용 | 자주 생기는 쟁점 |
|---|---|---|
| 112(a) | 서면기재, 실시가능, 최적 실시예 요건 |
넓은 상위개념 청구항, 보정 시 신규사항 추가 |
| 112(b) | 청구항의 명확성 | 선행 근거 누락, 상대적·주관적 용어 |
| 112(c)·(d)·(e) | 독립항·종속항· 다중종속항의 형식 |
한정하지 않는 종속항, 다중종속항 추가 수수료 |
| 112(f) | 기능식 청구항의 해석 | '~부', '모듈' 표현으로 권리 범위 축소 |
한국 특허법과 비교하면 112(a)는 제42조 제3항의 실시가능 요건과 제4항 제1호의 뒷받침 요건에, 112(b)는 제42조 제4항 제2호의 명확성 요건에 대응합니다. 다만 미국은 판례로 쌓인 기준이 훨씬 구체적이고, 특히 서면기재 요건과 기능식 청구항 해석에서 한국보다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112(a) 기재요건: 서면기재, 실시가능, 최적 실시예
112(a)는 명세서가 갖춰야 할 세 가지 요건을 담고 있습니다. 세 요건은 서로 별개라서, 하나를 충족했다고 다른 요건까지 충족한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서면기재 요건(Written Description)
명세서가 출원 당시 발명자가 청구된 발명을 실제로 소유(possession)하고 있었음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요건입니다. 2010년 Ariad v. Eli Lilly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요건이 실시가능 요건과 독립된 별개의 요건임을 확인했습니다. 실무에서는 보정할 때 가장 자주 문제가 됩니다. 명세서에 없는 수치 범위나 구성 조합을 청구항에 넣으면 신규사항 추가로 거절되고, 우선권 기초 출원에 없는 내용은 그 우선일을 인정받지 못합니다.
실시가능 요건(Enablement)
통상의 기술자가 명세서를 보고 과도한 실험 없이 발명을 만들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건입니다. 과도한 실험인지는 1988년 In re Wands 판결이 정리한 요소들, 예컨대 필요한 실험의 양, 제공된 지침, 실시예의 유무, 기술 분야의 예측 가능성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2023년 연방대법원의 Amgen v. Sanofi 판결은 기능으로 정의된 넓은 상위개념 청구항이라면 청구 범위 전체를 실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판단해, 바이오·화학 분야의 넓은 청구항에 큰 경고를 남겼습니다.
최적 실시예 요건(Best Mode)
발명자가 출원 당시 가장 좋다고 생각한 실시 방법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건입니다. AIA 이후 이 요건 위반은 소송에서 무효 사유로 주장할 수 없게 되었지만, 출원 요건으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112(b) 명확성: 청구항은 합리적으로 확실해야 합니다
112(b)는 청구항이 발명을 특정하고 명확하게 기재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2014년 연방대법원의 Nautilus v. Biosig 판결은 명세서와 출원 경과를 고려해 통상의 기술자가 청구항의 범위를 합리적 확실성(Reasonable Certainty)을 가지고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세웠습니다. 그전보다 명확성 기준이 엄격해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번역 출원에서 명확성 거절이 반복되는 표현은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 문제 표현 | 문제점 | 권장 방향 |
|---|---|---|
| '상기'를 처음 나오는 구성에 사용 |
선행 근거(Antecedent Basis) 누락으로 불명확 |
처음은 'a/an', 이후는 'the/said'로 일관되게 사용 |
| '소정의', '적절한', '높은', '약' |
기준이 없는 상대적·주관적 용어 |
명세서에 수치 범위나 판단 기준을 함께 기재 |
| '바람직하게는', '예를 들어', '등' |
한정인지 예시인지 범위가 모호함 |
청구항에서 빼고 종속항으로 분리 |
'약(about)'은 미국에서도 쓰지만, 명세서에 허용 오차나 측정 조건이 없으면 불명확하다는 지적을 받기 쉽습니다. 한국 명세서는 문맥상 당연하다고 보고 생략하는 부분이 많은데, 미국 출원에서는 이런 '당연함'을 글로 적어 두어야 명확성 다툼을 피할 수 있습니다.
112(f) 기능식 청구항: '~부'가 권리 범위를 좁히는 이유
112(f)는 구성요소를 구조 대신 "~하기 위한 수단(means for)"처럼 기능으로 표현하는 것을 허용합니다. 대신 이렇게 쓴 구성요소는 명세서에 기재된 구체적인 구조와 그 균등물로만 해석됩니다. 넓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명세서 실시예에 묶이는 좁은 청구항이 되는 셈입니다.
문제는 'means'라는 단어를 쓰지 않아도 112(f)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2015년 연방순회항소법원의 Williamson v. Citrix 전원합의체 판결은 '모듈(module)', '유닛(unit)', '장치(mechanism)'처럼 구조를 특정하지 않는 포괄적 단어가 기능과 결합되어 있으면 기능식 청구항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한국 명세서에 흔한 '제어부', '처리부', '판단부'를 'control unit', 'processing unit'으로 그대로 옮기면 바로 이 문제가 생깁니다.
소프트웨어 발명에서는 위험이 더 큽니다. 컴퓨터가 수행하는 기능이 112(f)로 해석되면, 명세서에 그 기능을 수행하는 알고리즘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어야 합니다. 범용 프로세서라는 언급만 있고 알고리즘이 없으면, 해당 청구항은 112(b) 위반으로 불명확하다는 판단을 받습니다. 그래서 미국 출원용 청구항은 '제어부' 대신 "메모리에 저장된 명령을 실행해 ~하도록 구성된 프로세서"처럼 구조를 드러내는 표현으로 바꾸고, 명세서에는 흐름도와 단계별 처리 내용을 충분히 적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112(c)~(e) 청구항 형식과 다중종속항 비용
112(c)부터 (e)까지는 청구항의 형식을 정합니다. 112(c)는 청구항을 독립항이나 종속항 형태로 쓸 수 있다고 정하고, 112(d)는 종속항이 인용하는 청구항을 반드시 더 한정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예컨대 독립항의 구성 하나를 빼거나 범위를 오히려 넓히는 종속항은 112(d) 위반으로 거절됩니다. 한국 출원에서 독립항과 거의 같은 내용을 종속항으로 반복해 둔 경우 미국에서 이 지적을 받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112(e)는 앞선 여러 청구항을 선택적으로 인용하는 다중종속항(Multiple Dependent Claim)을 다룹니다. "제1항 내지 제3항 중 어느 한 항에 있어서"처럼 쓰는 방식으로, 한국과 유럽에서는 흔히 씁니다. 미국에서도 허용은 되지만 두 가지 제약이 있습니다. 하나는 다중종속항을 다시 다중으로 인용할 수 없다는 형식 제한이고, 다른 하나는 비용입니다. 2025년 개정 수수료 기준으로 다중종속항이 하나라도 있으면 대규모 엔티티 기준 925달러의 별도 수수료가 붙고, 청구항 수를 셀 때도 인용한 항의 수만큼 각각 따로 계산됩니다. 기본 수수료에 포함되는 청구항이 독립항 3개, 전체 20개까지라는 점을 생각하면 초과 청구항 수수료까지 함께 불어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미국 출원 전에 다중종속항을 단일 인용 종속항으로 풀어 쓰는 예비 보정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때 청구항 수가 늘어나 20개를 넘기지 않도록, 사업적으로 중요한 조합만 남기는 정리가 필요합니다.
112조 거절 대응과 출원 단계의 대비 전략
112조 거절은 선행기술 거절보다 해결이 쉬운 편입니다. 대부분 명세서의 근거를 짚어 주거나 표현을 고치는 보정으로 풀리기 때문입니다. 명확성 거절이라면 선행 근거를 맞추고 상대적 용어를 명세서의 기준으로 바꾸면 되고, 서면기재 거절이라면 보정한 내용이 명세서 어느 단락, 어느 도면에 있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됩니다. 실시가능 요건이 문제라면 통상의 기술자의 지식 수준을 근거로 반박하거나, 필요하면 발명자 선언서로 보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명세서에 없는 내용을 나중에 추가할 수는 없으므로, 근거가 정말 없다면 청구항을 좁히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112조는 거절 대응보다 출원 전 점검이 훨씬 중요합니다. 제가 한국 출원을 미국으로 보낼 때 확인하는 항목은 이렇습니다. 첫째, 청구항의 '상기'와 선행 근거를 한 줄씩 대조합니다. 둘째, '~부' 표현은 구조가 드러나는 표현으로 바꿀지 대리인과 상의합니다. 셋째, 넓은 상위개념 청구항에는 범위 전체를 뒷받침할 만큼 다양한 실시예가 있는지 봅니다. 넷째, 다중종속항을 풀고 청구항 수를 기본 범위 안으로 맞춥니다.
등록 후의 위험도 기억해야 합니다. 112조 위반은 소송에서 무효 사유로 주장되며, 특히 기능식 청구항의 알고리즘 미기재와 넓은 청구항의 실시가능 요건은 최근 소송에서 자주 쟁점이 됩니다. 참고로 2026년 7월 20일부터 미국 밖에 주소를 둔 출원인은 보정서와 의견서 등 대부분의 서류를 USPTO 등록 대리인의 서명을 받아 제출해야 하므로, 예비 보정 일정도 미국 대리인과 함께 잡아야 합니다.
미국 특허법 제112조 핵심 정리
미국 특허법 제112조(35 U.S.C. § 112)는 명세서와 청구항의 품질을 다루는 조항입니다. 112(a)는 서면기재, 실시가능, 최적 실시예 요건을, 112(b)는 청구항의 명확성을, 112(c)~(e)는 독립항·종속항·다중종속항의 형식을, 112(f)는 기능식 청구항의 해석을 정합니다. Ariad, Wands, Amgen, Nautilus, Williamson 판결이 각 요건의 기준을 구체화해 왔습니다.
한국 출원을 기초로 할 때는 '상기'의 선행 근거, '소정의' 같은 상대적 용어, '~부' 표현의 기능식 해석, 다중종속항 수수료가 반복되는 문제입니다. 거절을 받았다면 명세서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짚거나 표현을 고치는 보정으로 대부분 해결할 수 있지만, 명세서에 없는 내용은 나중에 보충할 수 없습니다.
결국 112조 대응의 핵심은 출원 전에 명세서와 청구항을 미국 기준으로 한 번 더 다듬는 데 있습니다. 미국 출원을 앞둔 한국 출원이 있다면, 번역에 들어가기 전에 청구항의 선행 근거와 '~부' 표현, 다중종속항부터 대리인과 함께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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