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허법 제103조(35 U.S.C. § 103)는 선행기술과 똑같지는 않더라도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생각해 낼 수 있는 발명에는 특허를 주지 않는 비자명성(Nonobviousness) 요건을 정한 조항으로,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자명성(Obviousness) 거절은 미국 심사에서 가장 많이 받는 거절 사유입니다. Graham 판결의 사실 판단 요소와 KSR 판결 이후의 유연한 결합 논리를 이해해야 심사관의 거절을 정확히 반박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미국 특허법 제103조의 판단 구조와 반박 포인트, 2차적 고려사항 활용법, 한국 진보성 판단과의 차이까지 기업 IP 실무자의 시각에서 정리합니다.
미국 특허법 제103조, 가장 자주 만나는 거절 사유
미국 출원을 관리하다 보면 거절이유통지의 상당수가 같은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청구항 1은 A 문헌과 B 문헌의 결합에 비추어 35 U.S.C. § 103에 따라 자명하므로 거절된다." 하나의 문헌에 모든 구성이 다 있지는 않지만, 두세 개 문헌을 합치면 발명에 이른다는 논리입니다. 이것이 미국 특허법 제103조의 비자명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자명성(Obviousness) 거절입니다.
한국에서는 같은 요건을 '진보성'이라고 부르고, 이 거절을 '진보성 결여'라고 합니다. 개념은 비슷하지만 미국은 심사관이 거절 논리를 세우는 방식, 출원인이 반박할 수 있는 지점, 그리고 증거를 다루는 방식이 꽤 다릅니다. 한국 대응 출원에서 썼던 의견서를 그대로 번역해 미국에 냈다가 같은 거절을 두세 번 반복해서 받는 경우를 자주 봤습니다. 한국식으로 "구성이 다르고 효과가 현저하다"고만 주장하면, 미국 심사관은 "그래도 결합할 이유가 있었다"는 논리로 다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제가 103조 거절을 받으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의견서 초안을 쓰는 것이 아니라, 심사관의 논리를 구성요소 대응, 결합 이유, 결과 예측 가능성으로 쪼개 보는 것입니다. 아래에서는 103조의 조문과 판단 구조를 먼저 정리하고, 심사관의 결합 논리와 반박 포인트, 2차적 고려사항, 한국 진보성과의 차이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103조의 조문과 102조 신규성과의 차이
현행 미국 특허법 제103조는 비자명성(Nonobviousness)을 특허 요건으로 정합니다. 청구된 발명이 선행기술과 똑같이 개시되지 않았더라도, 그 차이를 고려할 때 발명 전체가 유효출원일 전에 그 기술 분야의 통상의 기술자(PHOSITA, Person Having Ordinary Skill in the Art)에게 자명했을 경우 특허를 받을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유효출원일이란 미국 출원일이나, 그 청구항이 우선권을 인정받는 가장 앞선 출원일을 말합니다. 조문은 또 발명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 예컨대 오랜 연구 끝에 나왔는지 우연히 나왔는지는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덧붙입니다.
| 구분 | 제102조 신규성 | 제103조 진보성(비자명성) |
|---|---|---|
| 판단 질문 | 선행기술과 똑같은가 | 차이가 있어도 쉽게 생각해 낼 수 있었는가 |
| 인용 문헌 수 | 원칙적으로 하나 | 하나 또는 여러 개의 결합, 통상의 기술상식 포함 |
| 반박의 핵심 | 빠진 구성요소 지적 | 결합 이유의 부재, 예측하지 못한 효과 등 |
선행기술의 범위는 102조와 같습니다. 따라서 102조의 예외, 예를 들어 발명자 본인이 출원 전 1년 이내에 공개한 내용이나 출원 당시 같은 회사가 소유하던 선출원은 103조 판단에서도 선행기술로 쓸 수 없습니다. 계열사 출원이 인용되었다면 이 공동소유 예외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명성 판단의 뼈대, Graham 판결의 4가지 사실 판단 요소
미국 연방대법원은 1966년 Graham v. John Deere 판결에서 자명성을 판단할 때 확인해야 할 사실 요소를 정리했습니다. 지금도 심사관과 법원은 모두 이 틀에서 출발합니다.
| 판단 요소 | 확인 내용 | 출원인의 공략 지점 |
|---|---|---|
| ① 선행기술의 범위와 내용 | 인용문헌이 실제로 무엇을 개시하는가 |
심사관의 확대 해석, 유사 기술 분야 해당 여부 |
| ② 선행기술과의 차이 | 청구항과 선행기술 사이에 무엇이 다른가 |
결합해도 채워지지 않는 구성요소 |
| ③ 통상의 기술자 수준 | 해당 분야 기술자의 학력·경험·지식 수준 |
출원 당시 기술 수준의 객관적 근거 제시 |
| ④ 2차적 고려사항 | 상업적 성공, 예상치 못한 효과, 오랜 기간의 미해결 과제 등 |
실험 데이터와 선언서로 입증 |
심사관은 이 요소들을 바탕으로 먼저 일응의 자명성(Prima Facie Obviousness), 즉 반박이 없으면 자명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의 근거를 세워야 합니다. 이 근거가 갖춰지면 출원인이 비자명성을 뒷받침하는 반박 논리나 증거를 내야 하는 구조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심사관의 근거 자체에 빈틈이 있으면 증거 없이 논리만으로도 거절을 뒤집을 수 있습니다.
KSR 판결 이후의 결합 논리와 심사관의 거절 패턴
2007년 연방대법원의 KSR v. Teleflex 판결은 103조 실무를 크게 바꿨습니다. 그 전까지는 선행기술 안에 결합을 가르치거나 암시하는 명시적 동기가 있어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TSM 테스트)이 주로 쓰였습니다. KSR 판결은 이 기준을 유일한 잣대로 쓰는 것을 거부하고, 통상의 기술자의 상식과 창의성까지 고려하는 유연한 판단을 요구했습니다. 이후 심사관이 결합 이유를 제시하기가 훨씬 쉬워졌습니다.
USPTO 심사기준서(MPEP 2143)는 KSR 이후 인정되는 대표적인 결합 논리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만나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알려진 구성들을 알려진 방법으로 결합해 예측 가능한 결과를 얻은 경우입니다. 가장 흔한 거절 논리입니다. 둘째, 한 구성을 같은 기능의 다른 알려진 구성으로 단순 치환한 경우입니다. 셋째, 비슷한 장치를 개선하는 데 이미 쓰인 기술을 그대로 적용한 경우입니다. 넷째, 가능한 해결책이 한정된 상황에서 그중 하나를 고른 경우로, 흔히 "시도해 볼 만한 자명성(Obvious to Try)"이라고 부릅니다.
USPTO는 2024년 2월에도 자명성 판단 지침을 다시 내놓아 KSR의 유연한 접근을 재확인했고, 같은 해 연방순회항소법원은 디자인 특허의 자명성 판단에도 Graham 판결의 틀을 그대로 적용하도록 기준을 바꿨습니다. 결합 논리에 대한 심사관의 재량은 여전히 넓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103조 거절을 반박하는 핵심 포인트
심사관의 재량이 넓다고 해서 반박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의견서를 검토할 때 확인하는 지점은 다섯 가지입니다.
결합해도 채워지지 않는 구성요소
가장 강력한 반박은 인용문헌들을 모두 합쳐도 청구항의 구성요소 하나가 빠진다는 것입니다. 심사관이 문헌의 특정 단락을 넓게 읽어 구성요소에 끼워 맞춘 경우가 많으므로, 청구항 문언과 인용 단락을 한 줄씩 대비해 봐야 합니다.
결합 이유와 성공 가능성의 부재
심사관은 왜 통상의 기술자가 그 문헌들을 결합했을지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해야 하고, 결합하면 합리적으로 성공을 기대할 수 있었어야 합니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처럼 막연한 이유만 적혀 있다면 이를 지적할 수 있습니다.
반대 교시와 작동 원리의 변경
인용문헌이 오히려 그런 방향을 피하라고 가르치는 반대 교시(Teaching Away)가 있거나, 결합하면 주 인용문헌의 원래 목적이나 작동 원리가 깨진다면 결합 동기가 부정됩니다.
비유사 기술과 사후적 판단
인용문헌은 같은 기술 분야이거나 발명자가 풀려던 문제와 합리적으로 관련된 유사 기술(Analogous Art)이어야 합니다. 또한 출원 명세서를 지도 삼아 문헌 조각을 짜 맞추는 사후적 판단(Hindsight)은 금지되므로, 결합 논리가 우리 명세서에서만 나올 수 있는 내용이라면 이를 짚어야 합니다.
2차적 고려사항과 선언서로 비자명성 입증하기
논리만으로 부족할 때 꺼내는 카드가 2차적 고려사항(Secondary Considerations), 법원 용어로는 비자명성의 객관적 지표(Objective Indicia of Nonobviousness)입니다. 발명이 실제 세상에서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를 보여 주어, 사후적으로는 쉬워 보이는 발명이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는 방식입니다. 대표적인 지표는 예상하지 못한 효과, 상업적 성공,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과제의 해결, 다른 사람들의 실패, 경쟁사의 모방, 업계의 인정, 라이선스 실적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쓰기 좋은 것은 예상하지 못한 효과(Unexpected Results)입니다. 가장 가까운 선행기술과 비교한 실험 데이터로, 통상의 기술자가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 효과가 났음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이런 증거는 발명자나 전문가가 서명한 규칙 132조 선언서(37 CFR 1.132)로 제출합니다. 단순히 효과가 좋다는 진술보다는 비교 조건, 측정 방법, 수치를 갖춘 선언서가 설득력이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연관성(Nexus)입니다. 상업적 성공을 주장하려면 제품이 잘 팔린 이유가 청구항의 특징 때문이라는 점을 보여야 합니다. 브랜드나 마케팅, 청구되지 않은 다른 기능 덕분이라면 증거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또한 증거의 범위가 청구항 범위와 맞아야 합니다. 특정 조성 범위 하나에서만 효과를 보였는데 청구항은 훨씬 넓다면, 심사관은 청구항 전체의 비자명성을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판단합니다. 결국 증거에 맞춰 청구항 범위를 조정하는 보정이 함께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진보성과의 차이와 기업 실무 대응
한국 특허법 제29조 제2항의 진보성 판단은 발명의 목적, 구성, 효과를 종합해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발명할 수 있었는지를 봅니다. 실무에서는 효과의 현저성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반면 미국의 비자명성 판단에서는 심사관이 제시한 결합 논리 자체를 다투는 것이 반박의 중심이고, 효과는 주로 2차적 고려사항이라는 별도 증거로 다뤄집니다. 한국 의견서를 그대로 옮기면 효과 주장만 길고 결합 논리에 대한 반박이 빠져, 같은 거절이 반복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국 출원 명세서를 준비할 때 두 가지를 챙깁니다. 첫째, 발명이 해결하려는 기술적 과제와 기존 접근의 한계를 구체적으로 적어 둡니다. 나중에 반대 교시나 결합 시 작동 원리 변경을 주장할 근거가 됩니다. 둘째, 가장 가까운 선행기술과의 비교 실험 데이터를 명세서에 최대한 담아 둡니다. 명세서에 없는 데이터는 나중에 선언서로 낼 수는 있지만, 처음부터 적혀 있는 편이 훨씬 설득력이 있습니다.
103조 거절이 두 번 이상 반복된다면 서면 공방보다 심사관 인터뷰로 결합 논리의 어느 부분이 핵심인지 먼저 확인하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참고로 2026년 7월 20일부터 미국 밖에 주소를 둔 출원인은 의견서와 선언서 등 대부분의 서류를 USPTO 등록 대리인의 서명을 받아 제출해야 하므로, 선언서 준비 일정도 여유 있게 잡아야 합니다.
미국 특허법 제103조 핵심 정리
미국 특허법 제103조(35 U.S.C. § 103)는 특허 요건으로 비자명성을 정하고, 선행기술과 차이가 있더라도 유효출원일 당시 통상의 기술자에게 자명했던 발명은 특허를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자명성 판단은 Graham 판결의 네 가지 사실 요소, 즉 선행기술의 범위와 내용, 차이점, 통상의 기술자 수준, 2차적 고려사항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며, KSR 판결 이후에는 결합 이유를 유연하게 인정하는 흐름이 자리 잡았습니다.
자명성 거절에 대응할 때는 결합해도 빠지는 구성요소, 구체적 결합 이유와 성공 가능성의 부재, 반대 교시와 작동 원리 변경, 비유사 기술과 사후적 판단을 차례로 점검합니다. 논리로 부족하면 예상하지 못한 효과나 상업적 성공을 규칙 132조 선언서로 입증하되, 청구항 특징과의 연관성과 범위 일치를 반드시 갖춰야 합니다.
103조 대응의 성패는 결국 출원 단계의 명세서에서 갈립니다. 미국 출원을 준비 중인 발명이 있다면, 명세서에 기술적 과제와 기존 기술의 한계, 그리고 가장 가까운 선행기술과의 비교 데이터가 충분히 담겨 있는지부터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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