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허 IPR(Inter Partes Review, 당사자계 무효심판)은 특허심판원에서 선행 특허와 간행물을 근거로 등록 특허의 신규성·진보성을 다투는 절차로, 법원보다 낮은 입증 기준 덕분에 오랫동안 가장 효율적인 무효화 수단으로 꼽혀 왔습니다. 그러나 2025년 이후 재량적 기각과 청장 직접 결정 구조가 도입되면서 개시 문턱이 크게 높아져, 예전 방식 그대로 청구하면 본안 판단도 받지 못하고 끝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미국 특허 IPR의 청구 요건과 절차, 최근 개시 실무의 변화, 재량적 기각 요소별 대응, 금반언 효과와 특허권자 측 대응까지 기업 IP 실무자의 시각에서 정리합니다.
미국 특허 IPR, 여전히 유효한 무기일까
미국에서 특허 침해 소송을 당한 기업이 가장 먼저 검토하던 카드가 IPR(Inter Partes Review, 당사자계 무효심판)입니다. 2012년 미국 개정 특허법(AIA)으로 도입된 이후, 법원보다 빠르고 저렴하며 기술 전문 심판관이 판단한다는 장점 덕분에 피고 기업들의 표준 대응 수단이 되었습니다. 저도 몇 년 전까지는 미국 소장을 받으면 답변서와 함께 IPR 청구 일정을 자동으로 잡았습니다.
그런데 2025년부터 상황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미국 특허청(USPTO)이 무효 사유를 따지기 전에 정책적 이유로 심판을 열지 않는 재량적 기각(Discretionary Denial)을 폭넓게 적용하기 시작했고, 2025년 10월부터는 청장이 개시 여부를 직접 결정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IPR 청구 건수 자체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반대로 특허권자 입장에서는 IPR이라는 위협이 줄어들면서 권리 행사의 부담이 가벼워졌습니다.
그렇다고 IPR이 쓸모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재량적 기각 단계를 넘기기만 하면 본안 개시율은 여전히 높은 편이고, 개시된 사건에서 청구항이 무효로 판단되는 비율도 법원보다 높습니다. 결국 핵심은 어떤 사건에서, 언제, 어떻게 청구하느냐입니다. 아래에서는 IPR의 기본 요건과 절차를 정리한 뒤, 최근 개시 실무의 변화와 재량적 기각 요소별 대응, 금반언 효과, 특허권자 측 대응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IPR의 개념과 청구 요건
IPR은 특허권자가 아닌 제3자가 특허심판원(PTAB, Patent Trial and Appeal Board)에 등록 특허의 무효를 청구하는 절차입니다. 근거는 미국 특허법 제311조부터 제319조까지입니다. 청구인과 특허권자가 서면과 전문가 증언으로 다투는 당사자 대립 구조라는 점에서, 청구 후에는 특허권자와 심사관만 남는 결정계 재심사와 다릅니다.
주장할 수 있는 사유는 특허문헌과 간행물에 근거한 신규성(102조)·진보성(103조)으로 한정됩니다. 판매나 공연 실시 같은 사실, 특허적격성(101조), 명세서 기재요건(112조)은 IPR에서 다툴 수 없습니다. 청구 시기는 특허 등록 후 9개월이 지난 때부터이며, 그 전 9개월 동안은 거의 모든 무효 사유를 다툴 수 있는 등록후 무효심판(PGR)의 기간입니다.
꼭 지켜야 할 제한도 있습니다. 첫째, 침해 소장을 송달받은 날부터 1년이 지나면 IPR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둘째, 청구인이 법원에 그 특허의 무효 확인소송을 먼저 제기했다면 IPR이 막힙니다. 셋째, 청구서에는 실질적으로 IPR을 주도하거나 비용을 대는 실질 당사자(Real Party in Interest)를 모두 밝혀야 하며, 누락하면 청구 자체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입증 기준은 무효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증거의 우위(Preponderance of the Evidence)로, 명백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를 요구하는 법원보다 낮습니다. 청구항 해석도 2018년부터 법원과 같은 기준을 쓰므로 해석 차이로 인한 혼란은 줄었습니다. 비용은 관납료만 청구항 20개 기준 수만 달러이고, 전문가 증인과 변호사 비용을 합치면 수십만 달러 이상이 드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IPR 절차의 흐름과 소요 기간
IPR은 크게 개시 결정 단계와 본안 심리 단계로 나뉩니다. 청구부터 최종 결정까지 대략 1년 반 정도가 걸립니다.
| 단계 | 주요 내용 | 기간 |
|---|---|---|
| 1. 청구서 제출 | 무효 사유, 선행문헌, 전문가 진술서 제출 |
소장 송달 후 1년 이내 |
| 2. 재량적 기각 서면 공방 | 특허권자의 재량적 기각 요청과 청구인의 반박 |
청구 후 수개월 |
| 3. 특허권자 예비답변 | 본안에 대한 특허권자의 초기 반박 |
청구 통지 후 약 3개월 |
| 4. 개시 결정 | 재량 판단 후 청구인 승소의 합리적 가능성 여부 판단 |
예비답변 후 약 3개월 |
| 5. 본안 심리와 최종 결정 | 서면 공방, 전문가 신문, 구술심리, 최종 서면결정 |
개시 후 원칙적으로 1년 |
개시 기준은 청구인이 적어도 하나의 청구항에 대해 이길 합리적 가능성이 있는지입니다. 2018년 연방대법원 SAS Institute 판결 이후에는 개시할 경우 청구된 모든 청구항과 무효 사유를 함께 심리해야 합니다. 본안 단계에서 특허권자는 청구항을 대체 청구항으로 바꾸는 정정 신청(Motion to Amend)을 할 수 있습니다. 최종 결정에 불복하려면 USPTO 청장의 재검토(Director Review)를 거치거나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할 수 있습니다. 당사자가 합의하면 절차를 종료할 수도 있어, 실무에서는 IPR이 합의 협상의 지렛대로도 쓰입니다.
2025~2026년 IPR 개시 실무의 변화
IPR 실무를 근본적으로 바꾼 것은 2025년 초 도입된 재량적 기각 우선 판단 구조입니다. 그전까지는 심판관 합의체가 본안과 재량 요소를 한 번에 판단했지만, 이제는 특허권자가 재량적 기각을 요청하면 그 여부를 먼저 따로 판단하고, 이를 통과한 사건만 본안을 봅니다. 2025년 하반기 기준으로 이 절차를 거친 사건의 60% 안팎이 재량적 기각으로 끝났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2025년 10월에는 USPTO 청장이 모든 IPR과 PGR의 개시 여부를 직접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청장은 심판관들과 협의한 뒤 이유를 거의 적지 않은 요약 통지로 개시나 기각을 알리고, 개시된 사건만 심판관 합의체에 넘깁니다. 같은 달 USPTO는 다른 법원 등에서 이미 유효성이 인정된 청구항에 대한 IPR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규칙 개정안도 제안했는데, 최종 확정 여부와 내용은 청구 전에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2026년에도 변화는 이어졌습니다. 3월에는 청구인과 특허권자의 미국 내 생산 여부를 개시 판단 요소로 추가하는 지침이 나왔습니다. 글로벌 공급망을 가진 한국 기업이 청구인이라면 미국 내 생산 활동을 어떻게 설명할지도 준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9월에는 청장이 재량 판단은 계속 맡되 본안 판단은 다시 심판관 합의체에 돌려줄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제도 운영이 몇 달 단위로 바뀌고 있으므로, IPR을 검토할 때는 반드시 청구 시점의 최신 운영 방식을 대리인과 확인해야 합니다.
재량적 기각 요소와 청구인의 대응
이제 IPR 청구서는 무효 논리만큼이나 왜 이 사건을 개시해야 하는지를 설득하는 데 공을 들여야 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다투어지는 재량 요소와 청구인 측 대응 방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재량 요소 | 내용 | 청구인 대응 방향 |
|---|---|---|
| 병행 소송의 진행 상황 | 법원 판결이 IPR 최종 결정보다 먼저 나올 가능성 |
소장 송달 직후 빠르게 청구, 법원 쟁점과의 중복 최소화 |
| 특허 유지 기간에 따른 확립된 기대 |
오래 유지된 특허에 대한 권리자의 신뢰 보호 |
특허를 최근에야 알게 된 사정, 최근 권리 행사 경위 설명 |
| 심사 단계에서 이미 검토된 선행기술 |
같거나 실질적으로 같은 문헌· 논리가 심사에서 다뤄졌는지 |
새로운 문헌 사용, 심사관의 중대한 오류 지적 |
| 반복 청구 | 같은 특허에 대한 여러 차례 또는 다수 청구 |
가장 강한 근거로 한 번에 청구 |
병행 소송 요소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예전에는 청구인이 IPR에서 제기한 무효 사유를 법원에서 다시 주장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소송상 약정(Stipulation)이 효과적이었습니다. 지금도 고려 요소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기각을 피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2026년 초에는 심사 과정의 중대한 오류, 즉 특허 허여에 영향을 준 심사관의 실수를 보여 주면 재량적 기각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나왔습니다.
IPR 금반언 효과와 전략적 고려
IPR을 청구하기 전에 반드시 따져 볼 것이 금반언(Estoppel)입니다. 금반언이란 앞선 절차에서 주장했거나 주장할 수 있었던 내용을 이후 다른 절차에서 다시 주장하지 못하게 하는 원칙입니다. IPR 최종 서면결정이 나오면, 청구인은 그 IPR에서 제기했거나 합리적으로 제기할 수 있었던 무효 사유를 법원, ITC, USPTO에서 다시 주장할 수 없습니다. IPR에서 지면 법원에서 쓸 수 있는 무효 논리가 크게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다만 금반언에는 경계가 있습니다. IPR에서 다룰 수 있는 사유는 특허문헌과 간행물에 근거한 것뿐이므로, 판매된 실제 제품이나 공연 실시 같은 사유는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은 2025년 Ingenico 판결에서, IPR 금반언이 실제 제품이나 시스템 형태의 선행기술에 근거한 무효 주장까지 막지는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문헌 중심의 무효 논리는 IPR에, 제품 중심의 선행기술과 특허적격성·기재요건 주장은 법원에 배분하는 방식으로 설계합니다.
또 하나의 판단 기준은 개시되지 않을 경우의 손실입니다. 재량적 기각으로 끝나면 최종 서면결정이 없으므로 금반언은 생기지 않지만, 청구 비용과 시간은 그대로 사라지고 상대방에게 우리 무효 논리를 미리 보여 준 셈이 됩니다. 개시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기한 제한과 금반언 부담이 없는 결정계 재심사를 대안으로 검토하거나, 법원 단계에서 무효 주장을 집중하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특허권자 입장의 IPR 대응
우리 회사가 특허권자로서 IPR을 당했다면 대응의 첫 관문은 재량적 기각 요청입니다. 지금 구조에서는 본안 반박보다 먼저 재량 판단이 이루어지므로, 병행 소송 일정, 특허가 유지되어 온 기간, 심사 단계에서 이미 검토된 선행기술, 청구인의 반복 청구 여부 등을 근거로 개시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2026년 3월 이후에는 미국 내 생산 활동도 고려 요소가 되었으므로, 미국 공장이나 현지 생산 협력사가 있다면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본안 단계로 넘어가면 예비답변에서 청구인의 결합 논리와 선행문헌 해석의 약점을 짚고, 전문가 증인을 통해 통상의 기술자 수준과 기술적 맥락을 설명합니다. 개시된 뒤에는 원래 청구항을 방어하면서 필요하면 정정 신청으로 대체 청구항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다만 대체 청구항은 범위를 넓힐 수 없고 명세서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며, 정정된 청구항에 대해서는 과거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평소에 할 수 있는 대비도 있습니다. 핵심 특허는 심사 단계에서 관련 선행문헌을 충실히 제출해 심사관이 검토한 기록을 남기고, 넓은 독립항과 함께 범위를 단계적으로 좁힌 종속항을 두어 일부 청구항이 무효가 되더라도 살아남는 구조를 만들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준비는 IPR뿐 아니라 법원의 무효 공격에도 그대로 방어력이 됩니다.
미국 특허 IPR 핵심 정리
미국 특허 IPR은 특허심판원에서 특허문헌과 간행물을 근거로 신규성·진보성을 다투는 당사자계 무효심판입니다. 등록 9개월 후부터 청구할 수 있고, 침해 소장 송달 후 1년이 지나거나 무효 확인소송을 먼저 제기하면 청구할 수 없습니다. 입증 기준이 법원보다 낮고 개시 후 원칙적으로 1년 안에 결론이 나지만, 최종 결정 후에는 제기했거나 제기할 수 있었던 문헌 근거 무효 사유에 금반언이 생깁니다.
2025년부터 재량적 기각을 먼저 판단하는 구조가 도입되고 청장이 개시 여부를 직접 결정하면서 개시 문턱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병행 소송 일정, 특허 유지 기간, 심사 단계에서 검토된 선행기술, 미국 내 생산 여부 등이 고려 요소이며, 운영 방식이 계속 바뀌고 있어 청구 직전에 최신 실무를 확인해야 합니다.
IPR은 이제 '일단 청구하고 보는' 수단이 아니라, 개시 가능성과 금반언 위험을 계산한 뒤 선택하는 수단입니다. 미국 소장을 받았거나 사업에 부담이 되는 특허가 있다면, 송달 일자와 1년 기한, 확보한 선행문헌의 수준, 결정계 재심사 같은 대안까지 함께 놓고 무효화 전략을 설계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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