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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특허

미국 특허 침해 소송, 방어자(피고)의 입장에서 본 대응 전략

미국 특허 침해 소송의 소장을 받은 순간부터 답변 기한, 증거 보존, 무효심판 청구 기한 같은 시계가 동시에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방어자, 즉 침해 혐의를 받는 피고의 입장에서는 비침해 항변과 무효 항변뿐 아니라 권리소진, 선사용, 손해배상 제한 같은 다양한 방어 수단을 조합해야 비용과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미국 특허 침해 소송의 피고가 소장 접수 직후 해야 할 일, 주요 항변과 특허청 병행 절차, 손해배상 위험 관리, 합의 전략까지 기업 IP 실무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합니다.

미국 특허 침해 소송의 피고가 되었을 때

미국에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라면 언젠가는 특허 침해 소장을 받게 됩니다. 경쟁사가 보낼 수도 있고, 제품을 만들지 않고 특허 라이선스와 소송으로 수익을 내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 Non-Practicing Entity)가 보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당하는 특허 소송의 상당수는 후자입니다.

소장을 받은 담당자가 가장 먼저 느끼는 감정은 대개 당혹감입니다. 영어로 된 수십 쪽짜리 소장, 처음 들어 보는 법원 이름, 수백만 달러 단위의 청구액이 한꺼번에 쏟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국 특허 소송은 소장에 적힌 대로 끝나는 경우가 드뭅니다. 피고에게는 침해가 아니라는 주장, 특허가 무효라는 주장, 손해배상을 줄이는 주장 등 생각보다 많은 방어 수단이 있고, 실제 사건의 대부분은 판결 전에 합의로 정리됩니다.

중요한 것은 초기 몇 주 동안의 대응입니다. 이 기간에 답변 기한을 놓치거나, 증거 보존을 소홀히 하거나, 특허청 무효심판 기한을 계산하지 않으면 이후 아무리 좋은 항변을 준비해도 효과가 반감됩니다. 저도 처음 미국 소송을 맡았을 때 송달 일자 확인부터 사내 자료 보존 통지까지 일주일 넘게 정신없이 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초기 대응, 비침해와 무효 항변, 그 밖의 방어 수단, 손해배상 위험 관리, 합의 전략을 피고의 시각에서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소장 접수 직후 해야 할 초기 대응

소장을 받으면 가장 먼저 송달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미국 연방민사소송규칙상 피고는 원칙적으로 송달 후 21일 안에 답변서를 내야 합니다. 송달 절차 생략에 동의하면 그 기간이 60일로 늘어나고, 한국 본사가 헤이그 송달협약에 따라 법원행정처를 거쳐 송달받는 경우에는 송달까지 몇 달이 걸리기도 합니다. 기한을 넘기면 상대방 주장대로 판결이 내려지는 궐석판결(Default Judgment) 위험이 생깁니다.

시점 해야 할 일 유의점
소장 수령 당일 송달 일자·방식 확인,
법무팀·경영진 보고
답변 기한과
IPR 청구 기한 동시 계산
1주 이내 법적 보존 조치 발동,
미국 소송 변호사 선임
이메일·메신저 자동 삭제 중단,
사내 추측성 메일 자제
2주 이내 보험·면책 조항 확인,
공급사·고객사 통지
계약상 통지 기한을 놓치면
면책을 못 받을 수 있음
답변 기한 전 관할·재판지 다툼,
기각 신청 여부 결정
답변서 제출 후에는
다투기 어려운 항목이 있음

법적 보존 조치(Legal Hold)는 소송과 관련될 수 있는 문서를 삭제하지 말라고 임직원에게 공식 통지하는 절차입니다. 이를 소홀히 해 자료가 사라지면 증거 훼손으로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 부품을 공급받아 만든 제품이라면 공급 계약의 특허 면책(Indemnification) 조항을 확인해 공급사에 방어 비용 분담을 요청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비침해 항변: 청구항 해석에서 승부가 납니다

가장 기본적인 방어는 우리 제품이 청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비침해 항변입니다. 미국에서 침해가 성립하려면 청구항의 모든 구성요소가 제품에 있어야 하므로, 구성요소 하나만 빠져도 문언 침해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피고 측 기술팀과 변호사는 청구항 문언 하나하나를 제품의 실제 구조와 동작에 대비하며 빠진 구성을 찾습니다.

이때 핵심은 청구항 해석입니다. 법원은 소송 초중반에 청구항 용어의 의미를 정하는 청구항 해석 절차(Markman Hearing)를 거치는데, 피고는 명세서와 심사 경과를 근거로 용어를 좁게 해석하자고 주장해 비침해를 끌어냅니다. 특허권자가 심사 과정에서 선행기술을 피하려고 "우리 발명은 이런 구성을 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면 이것이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

원고가 문언 침해 대신 균등론, 즉 구성이 문언과 달라도 실질적으로 같은 기능을 같은 방식으로 수행해 같은 결과를 낸다면 침해로 보자는 주장을 할 때도 반박할 지점이 있습니다. 심사 과정에서 좁힌 범위는 출원경과 금반언에 따라 균등론으로 되찾을 수 없고, 균등 범위가 선행기술까지 덮게 되는 해석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유도 침해나 기여 침해를 주장받았다면 특허를 알지 못했다는 사정이나, 부품에 실질적인 비침해 용도가 있다는 점을 다툴 수 있습니다. 소송 중에 회피 설계(Design-around)를 서둘러 적용해 두면, 이후 기간의 침해 책임과 손해배상 범위를 줄이고 합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무효 항변과 특허청 무효 절차의 병행

두 번째 축은 특허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입니다. 법원에서는 신규성, 진보성, 명세서 기재요건, 특허적격성 등 모든 무효 사유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등록 특허는 유효하다고 추정되므로 피고는 명백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로 무효를 입증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나 영업 방법 특허처럼 특허적격성이 약한 특허라면, 증거개시가 본격화되기 전에 소장 기각 신청으로 사건을 초기에 끝내는 전략도 있습니다.

법원보다 입증 기준이 낮은 특허청 절차를 함께 쓰는 것이 일반적인 전략입니다. 특허심판원의 당사자계 무효심판(IPR)은 소장 송달일로부터 1년 안에 청구해야 하므로, 소장을 받는 날부터 기한을 관리해야 합니다. 다만 2025년부터 USPTO가 법원 소송 진행 상황 등을 이유로 심판을 열지 않는 재량적 기각을 폭넓게 적용하고 청장이 개시 여부를 직접 결정하면서 개시 문턱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기한 제한이 없고 재량적 기각 구조가 적용되지 않는 결정계 재심사를 대안이나 보완 수단으로 함께 검토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특허권자가 심사 과정에서 중요한 선행기술을 고의로 숨겼다면 특허 전체를 행사할 수 없게 만드는 불공정행위(Inequitable Conduct) 항변도 있습니다. 2011년 Therasense 판결 이후 입증 기준이 높아져 쉽지는 않지만, 해외 대응 출원의 인용문헌이 미국에 제출되지 않은 정황이 있다면 검토할 가치가 있습니다.

그 밖의 방어 수단과 손해배상 제한 항변

비침해와 무효 외에도 피고가 쓸 수 있는 방어 수단은 다양합니다. 사건마다 적용 가능성이 다르므로 초기에 한꺼번에 점검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항변 내용 효과
라이선스·권리소진 특허권자나 실시권자가 정당하게
판매한 부품·제품을 사용
해당 제품에 대해
침해 책임 소멸
선사용 항변 특허 출원 1년 이상 전부터
미국에서 선의로 상업적 사용
계속 사용할 권리 인정
6년 손해배상 제한 소 제기일로부터
6년 이전 침해는 배상 대상 제외
배상 기간 축소
특허 표시 미비 특허권자 제품에 특허 번호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
실제 통지 이전 손해
배상 제외

권리소진은 2017년 연방대법원 Impression Products 판결로 해외 판매에도 적용된다는 점이 확인되어, 특허권자의 라이선스를 받은 업체에서 산 칩을 쓰는 경우 등에서 유용합니다. 선사용 항변은 2011년 개정 특허법으로 적용 범위가 넓어졌지만, 미국 내 상업적 사용을 입증할 기록이 남아 있어야 합니다. 한편 미국 회사가 피고라면 설립 주나 고정 사업장이 없는 곳에서 제기된 소송을 재판지 부적법으로 다툴 수 있지만, 외국 회사는 원칙적으로 어느 지방법원에서든 제소될 수 있어 이 항변의 여지가 좁습니다. 대신 증인과 자료가 다른 곳에 몰려 있다는 이유로 이송 신청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 위험을 줄이는 방어 전략

침해 여부와 별개로 피고가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배상액의 크기입니다. 미국 특허법 제284조에 따른 손해배상은 특허권자의 일실이익이나 합리적 실시료로 산정되며, 피고가 특허를 알면서 침해한 고의침해로 인정되면 법원은 배상액을 최대 3배까지 늘릴 수 있습니다.

고의침해 위험을 낮추는 대표적인 수단이 특허 전문 변호사의 비침해·무효 의견서(Opinion of Counsel)입니다. 미국 특허법 제298조는 의견서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고의침해를 입증하는 데 쓸 수 없다고 정하고 있지만, 실질적 근거를 갖춘 의견서를 받아 두면 회사가 합리적으로 판단했다는 유력한 정황이 됩니다. 반대로 사내 메일에 "이 특허를 건드리는 것 같다"는 식의 문장이 남아 있으면, 증거개시 과정에서 그대로 고의의 증거로 제출됩니다.

배상액 자체를 줄이는 논리도 준비해야 합니다. 원고가 제품 전체 매출을 기준으로 실시료를 계산하려 하면, 특허 기술이 기여한 부분만큼만 배상 기준을 잡아야 한다는 기여도 배분(Apportionment)을 주장합니다. 시장에 비침해 대체품이 있었다는 점은 일실이익 청구를 막는 핵심 논리입니다. 이를 위해 제품별 원가 구조와 부품 단가, 매출 자료를 재무 부서와 함께 미리 정리하고, 손해배상 전문가 증인을 조기에 선임해 상대방 계산의 허점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합의와 비용 관리, 고객사 소송 대응

미국 특허 소송은 증거개시 절차까지 거치면 피고 측 방어 비용만 수백만 달러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피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싸울 사건인가, 적절한 조건에 합의할 사건인가"를 판단해야 합니다. 특허관리전문회사가 여러 회사를 상대로 같은 특허 소송을 낸 경우라면, 방어 비용보다 낮은 금액의 합의로 빨리 정리하는 것이 합리적일 때가 많습니다. 반대로 경쟁사가 시장 퇴출을 노리고 낸 소송이라면 비침해와 무효 주장을 끝까지 밀고 가면서, 필요하면 우리 특허로 반소를 제기해 크로스 라이선스로 정리하는 전략을 씁니다.

같은 특허로 여러 회사가 피소되었다면 공동 방어 그룹(Joint Defense Group)을 구성해 선행기술 조사와 무효심판 비용을 나눌 수 있습니다. 공동 방어 협정을 맺어 두면 피고 간에 공유한 법률 검토 내용이 상대방에게 공개되지 않도록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특허권자가 제조사 대신 미국 내 고객사나 유통사를 먼저 제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때는 고객사와의 관계와 계약상 면책 의무를 고려해 제조사가 방어를 직접 맡거나, 제조사가 비침해 확인소송을 제기해 분쟁을 가져오는 방안을 검토합니다. 합의서를 작성할 때는 실시 범위, 대상 제품, 계열사와 고객사까지 포함하는 소송 포기 범위를 꼼꼼히 정해, 같은 특허로 다시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미국 특허 침해 방어 전략 핵심 정리

미국 특허 침해 소송의 피고가 되었다면 송달 일자 확인, 답변 기한과 IPR 청구 기한 계산, 법적 보존 조치, 면책 조항 확인을 초기 몇 주 안에 마쳐야 합니다. 방어의 두 축은 청구항 해석을 중심으로 한 비침해 항변과, 법원 및 특허청 절차를 병행하는 무효 항변이며, 2025년 이후 IPR 개시 문턱이 높아진 만큼 결정계 재심사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여기에 권리소진, 선사용, 6년 손해배상 제한, 특허 표시 미비 같은 항변으로 책임 범위를 줄이고, 비침해·무효 의견서와 사내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고의침해 위험을 낮춥니다. 배상액 단계에서는 기여도 배분과 비침해 대체품 논리로 대응하고, 사건의 성격에 따라 끝까지 다툴지 합의할지를 초기에 판단해 비용을 관리해야 합니다.

방어는 소장을 받은 뒤 시작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평소의 준비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미국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면 공급 계약의 특허 면책 조항과 사내 문서 보존 정책, 경쟁사 특허 모니터링 체계부터 지금 한 번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