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허 계속심사청구(RCE), 닫힌 심사를 다시 여는 열쇠
미국 출원 관리 대장을 보면 유독 자주 등장하는 약어가 있습니다. 바로 RCE(Request for Continued Examination, 계속심사청구)입니다. 제가 담당하는 포트폴리오만 보더라도 등록까지 간 미국 출원 가운데 상당수가 한 번 이상 RCE를 거쳤습니다. 그만큼 미국 심사 실무에서는 일상적인 절차이지만, 정작 사내에서 비용 결재를 올리면 "왜 또 돈을 내고 심사를 받아야 하느냐"는 질문이 꼭 돌아옵니다.
RCE를 한 문장으로 설명하면, 심사관이 심사를 마무리한 상태에서 출원인이 수수료를 내고 같은 출원의 심사를 다시 열어 달라고 요청하는 제도입니다. 새 출원번호도, 새 명세서도 필요 없습니다. 기존 출원을 그대로 둔 채 보정이나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고 심사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습니다.
다만 편리한 만큼 남용하기도 쉽습니다. 같은 논리로 RCE를 두세 번 반복하다 보면 수수료는 쌓이고 등록은 멀어지며, 등록 후 존속기간까지 손해를 보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 글에서는 RCE의 개념과 청구 가능 시기, 요건과 비용, RCE 이후 심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계속출원이나 항소와 비교했을 때 언제 RCE가 맞는 선택인지까지 차례로 정리합니다.
RCE의 개념과 법적 근거, 한국 재심사청구와의 차이
RCE의 근거는 미국 특허법 제132조(b)와 연방규정 37 CFR 1.114입니다. 미국 심사에서 최종 거절이유통지(Final Office Action)나 허여 통지(Notice of Allowance)가 나오면 심사 절차는 닫힌 상태가 됩니다. 이 상태에서는 출원인이 보정서를 내도 심사관이 받아들일 의무가 없습니다. RCE는 이 닫힌 문을 다시 열어, 출원인의 제출물을 정식으로 심사에 반영하도록 만드는 장치입니다.
적용 대상은 실용특허(Utility)와 식물특허(Plant) 출원입니다. 디자인 출원에는 RCE가 허용되지 않으며, 대신 계속심사출원(CPA)이라는 별도 제도를 씁니다. 가출원은 심사 자체가 없으므로 해당되지 않습니다.
한국 실무자에게 가장 가까운 비교 대상은 재심사청구입니다. 한국에서도 거절결정을 받은 뒤 명세서를 보정하면서 재심사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 제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 재심사청구는 거절결정 이후 정해진 기간 안에 원칙적으로 한 번 쓰는 절차인 반면, 미국 RCE는 수수료만 내면 횟수 제한 없이 반복할 수 있고, 허여 통지 이후에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 재심사청구에는 별도 관납료가 없지만, 미국 RCE는 상당한 수수료가 붙습니다. 이 차이를 모르고 한국식 감각으로 접근하면 비용 예측이 크게 어긋나기 쉽습니다.
미국 특허 계속심사청구의 청구 시기와 요건
RCE는 아무 때나 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심사가 닫힌 이후여야 하고, 동시에 출원이 아직 살아 있어야 합니다. 심사가 닫히는 계기는 최종 거절, 허여 통지, 형식적 흠결만 남은 상태에서 내려지는 퀘일 통지(Ex parte Quayle Action), 그리고 특허심판원(PTAB)에 항소가 진행 중인 경우입니다. 반대로 등록료를 이미 냈거나, 출원이 포기되었거나, 연방순회항소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뒤에는 RCE를 낼 수 없습니다.
| 출원 상태 | RCE 가능 여부 | 실무 포인트 |
|---|---|---|
| 비최종 거절 단계 | 불가 | 심사가 열려 있어 일반 응답으로 대응 |
| 최종 거절 이후 | 가능 | 가장 일반적인 활용 시점, 응답 기한 안에 제출 |
| 허여 통지 이후 등록료 납부 전 |
가능 | 새 인용문헌 제출(IDS) 목적으로 자주 사용 |
| PTAB 항소 진행 중 | 가능 | 항소는 취하된 것으로 보고 심사관이 심사 재개 |
| 등록료 납부 이후 | 원칙적 불가 | 등록 철회 청원이 받아들여져야 가능 |
요건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수수료이고, 다른 하나는 제출물(Submission)입니다. 제출물은 최종 거절에 대한 보정서나 의견서, 새로운 실험 데이터 같은 증거, 정보개시서(IDS) 등이 될 수 있습니다. 수수료만 내고 제출물을 빠뜨리면 RCE는 효력이 없고, 그 사이에 응답 기한이 지나면 출원이 포기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함께 제출해야 합니다.
RCE 비용과 존속기간에 미치는 영향
2025년 개정 수수료 기준 관납료
USPTO는 2025년 1월 19일 수수료를 개정하면서 RCE 수수료도 조정했습니다. 첫 번째 RCE는 대규모 엔티티 1,500달러, 소기업 600달러, 마이크로 엔티티 300달러입니다. 두 번째부터는 금액이 거의 두 배가 되어 대규모 엔티티 2,860달러, 소기업 1,144달러, 마이크로 엔티티 572달러를 내야 합니다. 같은 출원에서 RCE를 세 번 하면 대규모 엔티티 기준 관납료만 7,000달러를 넘깁니다. 여기에 최종 거절 응답 기한을 넘겨 제출하면 연장 수수료가 더해지고, 현지 대리인의 의견서 작성 비용까지 고려하면 건당 부담은 훨씬 커집니다.
존속기간 조정(PTA)에서의 불이익
비용만큼 중요한 것이 존속기간 조정(PTA, Patent Term Adjustment)입니다. PTA는 USPTO의 심사 지연을 보상하기 위해 특허 존속기간을 늘려 주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출원일로부터 3년 안에 등록되지 않은 데 따른 보상을 계산할 때, RCE 이후 계속심사에 쓰인 기간은 보상 대상에서 빠집니다. RCE를 여러 번 거치면 등록이 늦어지는데도 그만큼 존속기간을 돌려받지 못하는 셈입니다. 의약이나 배터리처럼 특허 말기의 시장 가치가 큰 분야에서는 이 손실이 RCE 수수료보다 더 큰 비용이 될 수 있습니다.
RCE 이후의 심사 흐름, 첫 통지가 다시 최종일 수도 있습니다
RCE가 적법하게 제출되면 이전 통지의 최종성(Finality)이 철회되고, 출원인이 낸 보정서와 의견서가 정식으로 심사에 반영됩니다. 같은 출원번호, 같은 심사관으로 심사가 이어지는 것이 원칙이므로 심사관은 이미 사건 내용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검토를 시작합니다. 이 점은 새 출원을 내는 계속출원과 비교했을 때 RCE의 장점입니다.
주의할 점은 RCE 이후 첫 통지가 곧바로 최종 거절로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RCE에서 제출한 청구항이 이전과 실질적으로 같은 발명이고, 기존 기록에 있는 거절 근거로 충분히 다시 거절할 수 있다면 심사관은 첫 통지부터 최종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보정 없이 의견서만 다시 써서 RCE를 내는 경우 이런 결과가 자주 나옵니다. RCE를 내면서 청구항 범위를 의미 있게 바꾸지 않으면 수수료를 내고도 같은 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심사관이 다음 통지를 내기까지의 기간은 기술 분야와 심사관 업무량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실무에서는 RCE를 제출하기 전이나 제출 직후에 심사관 면담(Interview)을 잡아, 보정 방향에 대한 심사관의 반응을 먼저 확인하는 방식을 많이 씁니다. 면담에서 등록 가능성이 보이는 청구항 범위를 확인해 두면, RCE 이후 첫 통지가 허여 통지로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RCE, 계속출원, 항소 중 무엇을 선택할까
RCE는 최종 거절 이후 쓸 수 있는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같은 명세서로 새로운 청구항을 담아 별개의 출원을 내는 계속출원(Continuation Application), 심사관 판단의 오류를 특허심판원에서 다투는 항소(Appeal)와 비교해 보면 RCE가 맞는 상황이 더 분명해집니다.
| 구분 | 계속심사청구(RCE) | 계속출원 | 항소 |
|---|---|---|---|
| 출원번호 | 기존 출원 유지 | 새 출원번호 부여 | 기존 출원 유지 |
| 판단 주체 | 원래 심사관 | 대개 같은 심사관 | 특허심판원 심판관 |
| 관납료 (대규모 엔티티) |
1회 $1,500 2회부터 $2,860 |
출원·조사·심사료 $2,000부터 |
항소장 $905 이송 시 $2,535 추가 |
| 적합한 상황 | 청구항 재설계, 새 증거·IDS 제출 |
일부 청구항을 먼저 등록하고 나머지를 계속 다툴 때 |
심사관 논리에 명백한 오류가 있을 때 |
정리하면, 보정으로 해결할 길이 보이면 RCE, 해석 자체를 다퉈야 하면 항소, 등록 가능한 청구항을 먼저 확보하고 싶으면 계속출원이 기본 방향입니다.
기업 IP 담당자의 RCE 실무 활용 전략
제가 사내에서 RCE를 승인할 때 쓰는 기준은 단순합니다. 이번 RCE에서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청구항에 새 구성요소를 추가한다, 새 실험 데이터로 효과를 입증한다, 심사관이 면담에서 긍정적으로 본 범위로 좁힌다처럼 변화가 분명해야 결재를 올립니다. 의견서 논리만 다듬어 다시 내는 RCE는 첫 통지가 곧바로 최종 거절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 승인하지 않습니다.
허여 통지를 받은 뒤에 쓰는 IDS 목적 RCE도 자주 등장합니다. 허여 통지 이후 유럽이나 한국 대응 출원에서 새로운 인용문헌이 나오면, 이를 미국 심사관에게 알리지 않은 채 등록받을 경우 나중에 성실 공개 의무 위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때 RCE와 함께 IDS를 내면 심사관이 해당 문헌을 검토한 뒤 다시 허여 통지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등록료를 이미 냈다면 등록 철회 청원이 먼저 필요하므로, 해외 패밀리의 인용문헌 동향을 등록료 납부 전에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2026년 7월 20일부터 미국 밖에 주소를 둔 출원인은 대부분의 서류를 USPTO 등록 대리인의 서명을 받아 제출해야 합니다. 개인 발명자나 스타트업 대표 명의 출원이라면 RCE와 그에 딸린 보정서도 미국 등록 대리인을 거쳐야 효력이 인정되므로, 일정에 여유를 두고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미국 특허 계속심사청구(RCE) 핵심 정리
미국 특허 계속심사청구(RCE)는 최종 거절이나 허여 통지로 닫힌 심사를 같은 출원 안에서 다시 여는 절차입니다. 실용특허와 식물특허 출원에 적용되며, 등록료 납부나 출원 포기 전까지 수수료와 제출물을 함께 내야 효력이 생깁니다. 한국 재심사청구와 달리 횟수 제한이 없고 허여 통지 이후에도 쓸 수 있지만, 그만큼 비용이 따릅니다.
2025년 개정 기준으로 대규모 엔티티의 RCE 수수료는 첫 회 1,500달러, 두 번째부터 2,860달러입니다. RCE 이후 기간은 존속기간 조정 보상에서 빠지므로, 반복할수록 비용과 존속기간 양쪽에서 손해가 커집니다. 청구항을 의미 있게 바꾸지 않은 RCE는 첫 통지부터 다시 최종 거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결국 RCE의 성패는 무엇을 바꿔서 다시 심사받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 최종 거절을 받은 사건이 있다면 RCE 결재를 올리기 전에 심사관 면담으로 등록 가능한 범위를 먼저 확인하고, 이번 RCE에서 달라지는 점을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는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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